TA 1 그냥 쓰기

하필 정면에서 해가 지고 있었다.
눈을 감는다. 아니 찌푸린다. 내게 지구 건너편 어딘가, 라는 인상뿐이었던 탕헤르는
이런 식으로 내게 존재감을 묵직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평소라면 30시간 정도의 비행이었을 테지만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는 술 취한 사람처럼
이리저리 흔들렸고 결과, 비행시간은 마구마구 불어났다.
비행기를 3번 갈아타는 동안 술주정뱅이 친구에게 1차 2차 3차 끌려 다니듯 난기류는 그
강도를 더해 갔고 친구에게 끌려다닌 나도 점점 부스스한 몰골로 변해갔다.
필름이 끊기길 여러 차례, 해치를 열고 첫 걸음을 디뎠을 때 난 해방감보다는 해장이 필요
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내 두 다리 디딘 곳은 아프리카의 사설 활주로였고 내 고향과는 다른 의미로 사막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는 거라곤 담뱃잎을 태우고 물을 마시는 것 밖에는 없었다.
보랏빛 연기를 내뿜으며 고향을 생각한다. 블록마다 하나씩 있던 순대국 집의 누린내를 욕
하던 자신이 굉장히 한심스러워졌다. 다시 담배를 물고 숨을 들이쉰다. 담배연기가 들어가
니 여유가 생겼다. 아 그래, 일행이 있었지. 뒤를 돌아본다.

저 여자도 굉장히 끔찍한 몰골로 변해 있었다. 동양인답지 않게 허여멀건 했던 피부는 창
백한 수준이었고 하필 옷이 위아래 다 검은 색이라 더욱 더 생기는 없어 보였다. 이런 더운
동네에서 일행이 검은 색 옷을 입으면 보는 사람도 더워! 하면서 뒤통수를 냅다 후려갈기겠
지만-내 인격을 위한 변을 좀 하자면 손아랫사람 한정이다-살갗마저 무채색처럼 보일정도
로 창백하니 색이 극명하게 대비가 되어 검고 매끈한 대리석을 연상케 했다. 온도는 대략
학교 복도 정도. 그래서 더워 보인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지만 사람이 돌에 비유될 정도로
이 여자는 생기가 없었다. 담배냄새를 맡으면 죽는 게 아닐까 싶어서 담배를 끄고 물을 건
넸다. 의외로 대리석은 물을 거칠게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살아, 있구나.


벟- 벟- 폐 속의 남은 연기를 뱉어 내고 수트케이스를 뺐어들었다.
여잔 수트케이스를 뺏어 들자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웃어 보였다. 나도 웃었다.



나답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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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2/07 18: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LeeChai 2012/02/07 23:24 #

    왜 하필 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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